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하거나 시범 운영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를 추진하며 점진적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해외와 한국의 제도적 차이, 사회적 배경, 그리고 노동 환경의 특수성을 비교하며 왜 다른 길을 걷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 4.5일 근무제의 등장 배경
주 4.5일 근무제는 한국 사회가 처한 여러 현실을 반영한 절충안으로 평가됩니다. 해외에서처럼 단번에 주 4일제를 시행하기에는 제도적·산업적 한계가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여전히 장시간 노동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근무일 단축이 곧 생산성 저하와 직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토요일을 반쪽의 휴일로 인정하는 방식, 즉 금요일 오후를 비워주는 방식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주 52시간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접근으로, 사회적 충격을 줄이면서도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해외 주 4일제 사례와 효과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국가와 기업들이 주 4일제를 실험하거나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이슬란드, 영국, 일본 일부 대기업에서 시범 운영된 주 4일제는 직원들의 만족도 상승, 생산성 유지 또는 향상, 병가 사용 감소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탄탄한 복지 제도와 노동 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어 기업과 근로자가 부담을 분담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사회 안전망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고, 서비스·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주 4일제를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해외와 같은 급격한 변화를 따르기보다는 ‘4.5일제’라는 완충 장치를 두어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한국적 특수성과 워라밸의 과제
한국 사회가 주 4.5일제를 택한 또 다른 이유는 워라밸에 대한 인식 차이입니다. 해외에서는 근로자 개인의 삶과 행복을 존중하는 문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성과 중심, 장시간 노동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주 4.5일제가 시행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눈치 휴가’, ‘형식적인 단축 근무’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제도만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 문화와 사회 전반의 가치관이 함께 변화해야 진정한 워라밸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저출산, 건강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주 4.5일제는 단순한 근무 시간 단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해외는 이미 주 4일제로 노동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주 4.5일제로 신중한 첫발을 떼고 있습니다. 이는 산업 구조, 사회 안전망, 노동 문화 등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된 결정입니다. 제도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한국이 주 4.5일제를 발판으로 더 나은 근무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시점입니다.